▶ 인과관계로 살펴본 사건의 본질 3가지
▶ JYP의 이상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왜?

[스포츠서울닷컴ㅣ김지혜기자] '2PM'의 재범이 떠났다. 표면상 자의의 형식을 취하고 스스로 팀을 탈퇴했다. 재범이 떠난 뒤 여론은 급반전됐다. 비난의 틈을 비집고 동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네티즌의 '마녀사냥'과 언론의 '여론몰이'에 희생당했다는 것.

대반전이다. 한국 비하로 '가해자' 취급을 받던 재범은 불과 하루 사이 한국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가 됐다. 반대로 네티즌과 언론매체 등은 재범을 미국으로 쫓아낸 보이지 않는 가해자가 됐다.

급반전의 계기는 무엇일까. 하루만에 일어난 탈퇴와 출국이다. 꼭 그렇게 내몰았어야 했냐는 자책이 비난론에서 동정론으로 바뀐 계기가 됐다. 만약 재범이 탈퇴를 하지도, 또한 출국을 하지도 않았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여전히 재범은 한국을 비하한 '매국노'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 "사건의 원인과 핵심, 그 본질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정도의 문제일 뿐, 재범이 당시 한국을 폄하한 건 사실이다. 'gay', 'hate', 'wack' 등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지 몰라도 어쨌든 재범이 이 단어를 쓴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재범의 극단적 선택, 즉 사태의 결말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지만 결국 원인 제공자는 재범이다. 그리고 그를 궁지로 몰아간 건 대중과 언론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사건을 악화시킨 건 소속사다. JYP는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신분에 있다.

그동안 소속사인 JYP는 무엇을 했을까. 사건이 터지고 재범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소속사는 그야말로 방관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오역으로 인한 해프닝이었다면, JYP는 문화 차이에 의한 해석의 오류를 적극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JYP는 '죄송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했다. 사건이 터진 다음날 인천에서 콘서트를 강행했지만 재범으로 하여금 사건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재범의 입을 잠근 뒤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사실 JYP가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관리했는지 모른다. 이후 JYP가 한 일이라곤 재범의 탈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정도. "재범과 오랜 논의 끝에 재범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멘트를 날린 게 전부다.





◆ "JYP, 누구를 위한 위기 전략인가?"

따지고 보면 진정 재범을 위한 전략은 없었다. 만약 탈퇴와 출국을 통해 여론을 반전시키고자 계획했다면 일단 일은 뜻대로 진행은 됐다. 그러나 가수와 팬 사이에 너무 많은 상처를 안겼다. 정확히 말해 이건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가미가제식 자폭으로 보는게 옳다.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뜻이 반영될 공간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즉 재범의 탈퇴 결정에 소속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멤버 개인이 독단적인 판단으로 탈퇴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분명 이번 사건은 재범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한국에서 꿈을 꾸었던 그가 한국을 조롱하는 글을 남겼다는 것은 충분히 잘못됐다. 아쉬운 것은 사건이 벌어진 다음이다. 과연 JYP는 소속 가수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또 '원더걸스'의 현아 사건처럼 주판알만 튕기진 않았을까.

우물안 개구리에게 작정하고 돌을 던지는 대중과 언론의 문제도 크다. 하지만 그 광경을 뒷짐지고 지켜보는 소속사는 더 잔인하다. 우물 위에 그물만 제대로 쳤더라도 개구리는 우물 밖으로 뛰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만큼의 돌팔매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6시 10분. 스포츠서울닷컴 취재팀은 인천공항 출국장 24번 게이트 앞에서 고개 숙인 재범을 만났다. 좌석을 물어보니 이코노미 클래스. 일반석이었다. 옆에는 그 흔한 매니저 하나 없었다. 쓸쓸하게 홀로 떠났다. 마지막 순간, 팬들의 배웅은 있었지만 소속사의 배려는 전혀 없었다.






<사진 = 김용덕·송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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