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잠깐 자취하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쿠쿠 전기밥솥을 하나 팔려고 내놓았는데 안산에서 한 분이 오셨습니다.

자기 집에서 꼭 보자고 했는데 그럴 여력이 안되서 서울역에서 만났습니다.


밥솥을 보자마자 여기저기 쓰다듬더니..


"새거네요 밥 잘 안해드셨나봐요?"

"네.."



"주걱 없나요?"

"죄송합니다. 주걱은 두고왔네요."



"이거 밥 다되면 기차소리 나는거죠?"

"예?"


"아니 치익하면서 올라가는거.."

"아 네..됩니다."




그리곤 뭔가 말하려는듯 입을 조물락거리다가 저에게..



"밥 한번 해보죠"



-_-




무거운 놈 다시 가져가기는 싫고 어찌 할 순 없어 쭈뻣거리며 믿으시라고  하자...

가방에서 뭘 꺼내는데 비닐에 잡곡쌀;이...



"쌀 가져오신거예요?"

"네..지난번에 한번 당한적이 있어서... 그래서 저희집으로 오시라니깐.."



그리고는 화장실에서 물 받더니 전기콘센트 어딨냐며 물어본 후 거기에 꽂음.

쾌속취사 기능이 있는 놈이라 10분 언저리에서 끝냈는데 기차소리 듣더니 OK 표시.




누가 보면 노숙자가 밥해먹는건줄 오해할런지도 모르겠더군요.

일행 아닌척하느라고 전 저기 멀찌감치 서 있고...

씨익 웃으며 네고없이 계산하고 밥 든;채로 지하철에 들고 타시던데...



밥솥 이렇게 파는 분 별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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